디지털 사이니지의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의 세계

3기 김현정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행인의 홍채를 인식하여 신원을 파악하고 그의 특성에 맞는 광고를 제공하는 맞춤형 옥외광고판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50대 남성이 광고판 앞을 지나갈 경우 그가 평소에 관심을 보였던 골프 클럽 광고를 내보내고, 40대 여성이 지나갈 때는 즐겨 찾는 스파숍 로케이션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맞춤형 광고를 통해 기업은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광고만을 얻게 되므로 쌍방으로 이득인 셈입니다. 먼 미래와 같이 느껴지는 이러한 일들을 일상으로 만드는 기술의 앞단에 ‘디지털 사이니지’가 있습니다.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원격제어가 가능한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공공 또는 상업공간에 설치하여 정보·엔터테인먼트·광고 등을 제공하는 디지털 미디어를 뜻합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된 동영상 및 이미지 콘텐츠는, TV ·전광판·소형 모니터 등 다양한 형태의 스크린에 보이게 됩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다양한 산업에서 융복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잠재력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실제 2020년 이후 전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활용 범위는 아주 다양합니다. 우리가 음식점에서 자주 이용하는 키오스크(kiosk)가 참여형 디지털 사이니지(Interactive Digital Signage)의 일종인 것 알고 계셨나요? 키오스크란 음식점을 제외하고도 공공장소, 지방자치단체 등 터치스크린을 바탕으로 매체와 소비자 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무인정보 단말기를 가리킵니다. 도서관 열람실의 좌석 지 정도 이러한 키오스크 방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것이죠.

‘미디어’와 건물의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facade)’의 합성어인 ‘미디어 파사드’ 역시 대표적인 단순 노출형 디지털 사이니지(One Way Digital Signage)의 예입니다. 건물 벽면에 LED를 부착해 영상을 구현하는 방식을 넘어 외벽 자체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한국판 타임스퀘어를 꿈꾸며 국내 최초로 옥외광고물 자유 표시 구역으로 지정된 코엑스 근방은 이러한 미디어 파사드를 한눈에 목격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올해 3월 삼성전자는 코엑스 SM타운 외벽의 두 면을 곡면 형태로 연결한 1620㎡ 크기의 국내 최대 규모의 고화질 LED 사이니지를 설치했습니다. 현재 이 공간은 상업용 광고와 K-팝 영상 콘텐츠를 송출하며 경제와 문화 효과를 동시에 누리는 디지털 미디어 랜드마크로서 발돋움을 준비 중입니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또 다른 활용 분야는 가장 발전된 형태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인지형 디지털 사이니지(Context-aware Digital Signage)입니다. 사용자의 요구를 사전에 예측하여 사용자의 출근 시간의 실시간 날씨와 최적 경로 등을 파악하는 가상 비서 서비스인 GOOGLE 나우(Now)는 클라우드, 통신 서비스 등 미래형 핵심기술이 융합된 컨버전스형 디지털 사이지의 예입니다.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불특정 소비자의 성별과 나이를 판단하고 광고를 송출하는 서비스도 이러한 상황인지형 디지털 사이니지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죠.

이처럼 발전가능성과 활용 분야가 다양한 디지털 사이니지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스마트 시티의 도래가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성장 잠재성이 큰 산업일지라도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 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첫째는 비즈니스 모델과의 연계 가능성입니다.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디지털 사이니지의 경우 이용자는 큰 혜택을 얻게 되더라도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따라서 유의미한 콘텐츠 개발 및 해외시장을 포함한 적극적 시장 개척을 통해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원격관리 기술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와 이를 통한 고객 만족도와 관리 효율성 제고에 힘써야 합니다. 우후죽순처럼 경쟁적으로 설치하다가는 또 다른 도시 흉물로 전락함과 동시에 보행자의 미디어 피로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더 나아가 현재는 광고와 정보 콘텐츠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이 음악, 문화예술, 헬스케어 등 다양한 목적으로서 그 활용 범위를 넓혀간다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 참고자료

- 이아름. “디지털사이니지 시장 및 산업동향”. 『융합연구정책센터』.2017.vol.62.pp

- 강승훈. “무역센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눈길’... 강남구, SM타운 외벽 미디어 선보여”. 『아주경제』. 2018년 3월 22일. https://www.ajunews.com/view/20180322170701412

김현아. “디지털 사이니지와 IoT 결합, 36조 시장 만든다”. 『이데일리』. 2017년 1월 1일.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18&aid=0003715432

원다라. “사이니지 신제품 2배 늘린 LG전자, ”B2B가 살길“”. 『아시아경제』. 2018년 7월 21일.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8071210484921524

네이버지식백과. “스마트시대의 광고문화-디지털 사이니지”. 『네이버지식백과』. 2018년 10월 22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78763&cid=42266&categoryId=58296

- 배동진. “삼성전자, SM타운 외벽에 국내 최대 규모 LED사이니지 설치”.『부산일보』.2018년 3월 22일.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80322000045

- 박세환. “스마트 시티 서비스 플랫폼의 표준화 및 시장동향과 구현사례”.『HelloT』2017년 11월 20일.

http://www.hellot.net/new_hellot/magazine/magazine_read.html?code=205&sub=001&idx=37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