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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기업들, 빅데이터 전문가들 모시기에 사활 걸었다[데이터혁명이 시작됐다]

디지털콘텐츠/이슈리포트

by 디지털콘텐츠기업 성장지원센터 2017. 7. 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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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창훈 기자]구글이 2005년 내놓은 세계 최초의 위성영상지도 ‘구글 어스’는 지구촌에 큰 충격을 던졌다.

누구나 손쉽게 화면 속 지구를 굴리고 확대해 전 세계 구석구석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는 지리정보의 결정판이었다. 그러나 이를 구현한 주체는 지리 전문가들이 아니라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과학자들이었다.


‘미래 가치’ 데이터 과학자를 잡아라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데이터 과학자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ㆍ처리ㆍ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들이다. 기업으로 한정하면 사람의 직관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으로 사업성을 높여 ‘돈’을 벌어주는 존재다.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DB) 강자인 오라클과 IBM을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10여 년 전부터 데이터 과학자들을 모셔오기 위해 공을 들였다. 아마존의 경우 매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를 돌며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재를 채용한다.

데이터 과학자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이직도 잦다. 글로벌 업계에선 한때 IBM과 MS가 선호됐지만 최근엔 구글과 페이스북에 이어 우버 등으로 선호도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빅데이터 전문가로 꼽히는 신현석(맨 왼쪽) SK 상무, 정효주 네이버 리더, 이광춘 웹젠 기술이사. 각 사 제공


국내에서도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트를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데이터 과학자들을 임원급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SK㈜ C&C사업부가 지난해 영입한 신현석 클라우드Z 본부장(상무)은 삼성SDS와 MS, 아마존 등에서 관련사업을 총괄한 전문가다. SK는 삼성전자에서 활약한 데이터 과학자도 얼마 전 스카우트했다.

게임 상장사 웹젠에 지난해 하반기 합류한 이광춘 기술이사는 현대자동차 출신으로, 빅데이터 신생혁신기업(스타트업) 창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다. 통계학 석사에 소프트웨어공학 박사까지 수료해 통계적 분석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의 ‘양수겸장’ 인재다.

정보기술(IT) 업체 중 네이버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총괄하는 정효주(워싱턴주립대 박사) 리더를 비롯해 수십 명의 데이터 과학자가 근무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넘버웍스를 인수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LG유플러스도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해 국내외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2013년 자동차 업계 최초로 자체 클라우드센터를 구축한 현대자동차도 전문가 스카우트에 열심이다.

기업은 이익이 나지 않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전문가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도 수익성 향상에 대한 기대와 함께 더 지체하다간 경쟁에서 영영 뒤처질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다. 내밀한 데이터 분석을 외주 업체에 맡길 수 없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정효주 네이버 리더는 “빅데이터로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인력 등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며 “검증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은 단 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취약한 전문가 양성 기반

IT 기기들이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은 하드웨어적으로 클라우드 시스템, 소프트웨어적으로는 ‘하둡’(컴퓨터 여러 대를 연결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 해냈다. 하지만 빅데이터는 숫자 문자 영상 음성 이미지부터 웹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채팅 데이터 등 형식이 너무나 다양하다. 데이터 과학자들은 이를 읽고 처리할 수 있어야 해 통계학적 기반에 전산학적 소양까지 요구된다.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는 능력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직관력 등도 필요하다.


빅데이터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SK의 판교 클라우드센터. SK 제공


굵직한 기업들이 서로 데려가려 하는 국내 전문가들은 대개 해외에서 공부한 뒤 실무를 통해 이러한 능력과 경험을 쌓았다. 아직 데이터 과학이 학문으로 정립되지 않아 데이터 과학자의 가치는 시장에서 검증되는 구조다.

국내 데이터 과학자 개개인의 경쟁력은 가장 앞서있는 미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되지만 숫자 자체가 워낙 적고, 현업에 적용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게 한계다. 이광춘 웹젠 기술이사는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석사를 할 때 충격을 받은 게 한 대학의 휴먼 컴퓨터 인터페이스(HCI) 전공 교수가 국내를 다 합친 것보다 많은 20명이라는 사실이었다”며 “선진국에서는 학술회의도 많고, 무료 소프트웨어(오픈 소스)도 넘치지만 국내 기업들은 오픈 소스에 기여하기 보다는 자기가 쥔 것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별개의 영역으로 보는 것도 문제다. 사물인터넷(IoT)이 빅데이터를 만들고, 인공지능(AI)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동된다. 이런 과정은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각 영역간 협업이 필수적이지만 학문간 벽이 높은 국내에서는 자신의 전공을 파는 데에만 익숙하다. 기업들은 앞선 시도보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검증을 하면 뒤늦게 쫓아가는 경향이 강하다. 신현석 SK 상무는 “정책도 그렇고, 한 묶음인 IoT 빅데이터 AI 클라우드를 다 쪼개서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 일보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http://www.hankookilbo.com/v/2892badb83b744a09fdd6278be611c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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