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신발을 만드는 아디다스의 독일 '스피드 팩토리'. 아디다스 제공
[한국일보 김창훈 기자] 세계 2위의 스포츠용품 업체인 독일의 아디다스는 올해 바이에른주 안스바흐의 자동화시설 ‘스피드 팩토리’에서 50만 켤레의 신발을 생산할 계획이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신흥국으로 생산시설을 모두 옮긴 아디다스가 본국 공장을 다시 가동하는 것은 20여년 만이다. 높은 인건비에 구애 받지 않고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건 로봇과 인공지능(AI) 덕이다. 아디다스는 올해 하반기 미국 애틀란타에도 스피드 팩토리를 연다.
빅데이터 기반의 AI 시대는 사회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생계와 직결된 일자리가 변화의 신호탄이란 것은 우리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직면한 문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에서도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 백악관이 발간한 ‘AI, 자동화 그리고 경제’ 보고서는 인공지능과 합쳐진 로봇이 점점 인간의 영역을 잠식하며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AI가 세계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겠지만 그 혜택이 모든 이에게 돌아가기 힘들다는 점도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일자리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라지는 일자리는 주로 사무ㆍ관리ㆍ운전직이고, 새로 생기는 건 컴퓨터 빅데이터 AI 분야가 많다. 결과적으로는 5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셈이다.
일본에서는 사무ㆍ관리직 일자리 감소 사례가 구체적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중견 보험사 후코쿠생명보험은 올해부터 문맥과 단어를 해독하는 IBM의 AI ‘왓슨’을 활용한다. 진단서 읽기 등의 사무작업을 왓슨이 대체하는 등 업무 효율화가 이뤄지면 단순 사무직 부서 인원이 3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스틸 이미지.
일자리 감소는 변화된 미래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고도로 발전한 AI가 자신을 창조한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넣는 게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기 때문이다. AI의 양면성을 강조해 온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난해 10월 케임브리지대 강연에서 “강력한 AI의 등장은 인류에게 일어나는 최고나 최악의 일이 될 수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고 재차 경고했다.
빅데이터로 구현된 AI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을 만들고, 인류에게 큰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데에는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다만 모든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만큼 걱정보다는 현명한 대응이 앞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I 연구자 이상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에 대한 걱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기회를 잃고 오히려 원하지 않는 현실과 마주칠 수도 있다”며 “미래는 기술을 사용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한국일보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http://www.hankookilbo.com/v/3faee6d20486412c974a64da06744a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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